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자본주의 세계체제 관리가 본격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발맞춰 세계화를 선언, 준강국(準强國)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WTO 세계체제는 지구촌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보면서 사상 유래가 없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자유무역의 범위를 제조공업 상품으로부터 종래 주권국가의 관리아래 있던 농축산물 및 금융, 자본, 보험, 교통운수, 통신, 광고, 정보, 지적재산권, 교육, 의료, 문화 등 전 부문으로 확대한 것이다.
종래의 전통적 제조업 뿐 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 지적재산권은 물론 교육과 문화, 의료산업도 전 세계가 개방토록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전통산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반면 금융, 교육, 의료, 문화 등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부문에 걸친 자유무역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개도국과 선진국이 교역할 때 약간의 보호정책을 허용했고 이것을 공정한 경쟁이라 인정했다.
하지만 WTO체제에서는 개도국을 보호해주는 어떠한 정책과 장치도 허용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현재 여건에서 무한경쟁을 하도록 규칙이 바뀐 것이다. 이것은 선진국 중심의 선진국을 위한 규칙으로 개도국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셋째, 세계자유무역을 한다고 하지만 ‘국경 없는 경제(borderless economy)'나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체제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선진국이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은 각 나라에 더욱 개방 압력을 가해 무한경쟁을 하도록 울타리를 낮추는 것이다.
반면 노동력이나 인구 같이 개도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부분은 울타리를 더욱 높게 쳐서 자유이동을 더욱 엄격히 금지시키는 것이다.
특히 종래 자유이동이 매우 쉬웠던 지적재산권과 첨단기술은 미국이 대부분 갖고 있기 때문에 엄격히 보호하고 개도국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챙긴다. 심지어 마구잡이로 반덤핑 관세를 물려 자국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WTO체제는 국경 없는 경제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국경이 소멸된 것도 아니며 오직 선진부국이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만 개도국으로 하여금 울타리를 없애거나 매우 낮게 하여 전 세계 전 지구가 하나의 단일시장이 되도록 규칙을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합심해 국부(國富)를 지켜야 한다.
미국은 자국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마구잡이 반덤핑 제소를 통해 2005년 우리나라 삼성전자, 하이닉스 전자로부터 5,111억 원을 추징하고 지금까지 7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미국은 한국이 IT강국이다 보니까 법무부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삼성전자 다른 고위간부 4명에게도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은 추징금에다가 징역형까지 살게 하며 자국 IT산업 보호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눈뜨고 장님 같은 격이다.
지난 번 제일은행을 매각했을 때도 세금을 한 푼도 거두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론스타가 2년반 만에 외환은행을 매각, 4조5천억 원을 챙겨가는 데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해야할 도리밖에 없는 형편이니 말이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은 계속 조사를 받으며 엄청난 추징금을 물고 있는 반면 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멀쩡한 은행을 불실기업으로 조작시켜 헐값 매입,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론스타는 국세청이 부과한 1,400억 원의 추징금이 부당하다며 국세심판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더우기 국회가 입법추진을 미루는 바람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엄청난 특혜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정말 이 나라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인지 미국 기업을 위한 국회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마디로 매국노(賣國奴) 국회이다.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보다는 이러한 법률안부터 처리했어야 했다. 집권여당이 이러니 국민들로부터 국정의 우선순위도 모르고, 국정운영 능력이 없다는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미국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가 앞장서서 한국의 IT산업을 마구잡이로 견제하며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기업을 흔들거나 정쟁을 일삼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제 정말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힘을 합쳐 우리의 IT산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도록 지켜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노사정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노사정은 말로만 화합을 외치지 말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노사정협약을 맺도록 실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가 못난 조상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는 입으로만 ‘자주’를 외치지 말고 행동을 통해 미국에게 우리의 매운 맛을 보여야 한다.
다시는 ‘매국노 국회’라는 말을 들어서도 안 된다. 입법을 서둘러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합당한 세금을 소급해서라도 반드시 물려 국부유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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