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날씨가 한겨울로 접어들 때면 동네마다 양지쪽에는 아이들이 모여 고무줄놀이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가 있었다.
별다른 놀이감이 없었던 그 시절의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감을 만들어서 놀거나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해서 여럿이 한데 어울려 뛰고 놀았다.
TV나 컴퓨터가 없었기에 방안에서만 지내거나 온갖 학원도 없었기에 여기저기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었고 기껏 학교에서 내어준 숙제를 마치면 어김없이 서로를 불러 모아서는 편을 갈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소녀들의 놀이에는 고무줄놀이를 비롯, 공기놀이, 사방치기 등이 대표적인 놀이였는데 그 중에서도 고무줄놀이는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것이어서 어른들은 아이들더러 “뛰지 마라 배 꺼질라“ 하고 쉬 배가 고파질세라 너무 오래 못 놀게 말리기도 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그랬던 말이었지만 아이들은 놀이의 재미에 빠져 어른들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비같이 토끼같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온갖 동요들을 아름답게 불렀다.
고무줄놀이는 발목에서부터 시작하여 무릎, 엉덩이, 허리, 가슴, 어깨, 머리 위까지 한 단계씩, 높이에 따라 노래를 달리 했는데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고추 먹고 맴맴), “삼월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유관순 누나를…”(유관순 노래),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고기잡이),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최영 장군의 노래),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강산은 역사 반만년…”(대한의 노래) 등등,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배운 온갖 동요들을 높이에 따라 동작에 맞는 박자로 입 맞춰 부르면서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이렇듯, 비록 틈만 나면 뛰고 굴리고 놀았지만 그 놀이들은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정신적 육체적으로 올바른 성장과 체력향상은 물론, 협동심과 사회성, 사교성을 함양시켜주는 것이어서 학교공부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게들 자랐기에 그 시절의 아이들은 자라서 억척같은 산업역군이 되어 오늘날 이만큼이나 풍요와 편리함을 가져오게 한 주인공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 한편,
한창 뛰놀아야 할 시기에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오늘날 아이들이 마냥 측은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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